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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관련 소식

AMD 2015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 : 진흙탕에서 핀 연꽃 하나

이번에는 AMD 2015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 : 진흙탕에서 핀 연꽃 하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MD는 오늘 2015 회계년도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공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MD는 작년에도 흑자 반전에 실패했으며, 여전히 (수년째) 순손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4분기 총매출액인 9억 5800만 달러라는 수치는 직전 분기 대비 10%, 전년도 같은 분기 대비 23%가 각각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희망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총이익률이 다소 반등해 4분기 기준으로는 30%, 2015 회계년도 통산으로는 27%를 달성했다. 이는 3분기에 집중적으로 집행되었던 자잘한 인수합병 건 및 시설 설비에의 투자가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AMD는, 연초 신제품 전망을 연이어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증폭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일단 흑자 반등에 실패한 금일의 발표 직후 주가는 다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4분기 기준 AMD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900만 달러, 순이익은 마이너스 1억 2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5 회계년도 통산 영업손실은 4억 8100만 달러, 순손실은 6억 6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로써 한 주당 가치는 0.84달러 정도가 깎이게 되었다.


 

 

2015 회계년도 총매출액은 39억 9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8% 하락했다. 모든 항목에 걸쳐 수입은 마이너스를, 지출은 플러스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지표가 일제히 부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특히 주된 경쟁자인 엔비디아의 창사 이래 2014년까지 AMD의 매출규모는 엔비디아를 꾸준히 앞서 왔으나, 2015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엔비디아가 AMD를 앞서게 된 것이 AMD로서는 뼈아픈 대목일 것이다. (엔비디아의 2015년 연간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40억 달러를 초과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4분기 실적만 떼어 보면 다소 반등의 기미가 감지된다. 총이익률이 직전 분기 대비 7%p, 전년도 같은 분기 대비 1%p 향상되었으며 영업이익의 손실폭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순손실 역시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AMD는 일년여 전 리사 수 박사가 CEO로 발탁된 이래 꾸준히 '손실폭을 줄이는' 적자 속의 경영개선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손실폭을 줄이는' 성과에 한몫한 것이 대대적인 지출삭감 조치였다. 알려졌다시피 AMD는 리사 수 박사의 CEO 취임 이후 두 차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불과 두달 전에는 반도체 후처리 공정을 도시바에 매각, 별도의 합작 자회사격으로 떼어낸 바 있다. 이러한 자구책을 통해 최근 3년간 AMD는 경상지출 비용을 약 3분의 1가량 삭감할 수 있었다.


 

 

AMD의 '손실폭을 줄이는' 성과를 이끌어낸 다른 한 축은 전통적인 컴퓨팅 및 그래픽(CG)부문이 아닌 엔터프라이즈, 임베디드 및 세미커스텀(EESC)부문의 상대적인 선전이었다. CG 부문이 전년도 대비 무려 42%의 매출하락을 겪어 반토막난 반면 EESC는 전년 수준을 유지해 사상 처음으로 CG < EESC라는 역전이 일어났다. 앞서 살펴본 인텔의 2015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분석(링크)에서도 지적했듯 전통적인 클라이언트 컴퓨터 시장의 퇴조와 엔터프라이즈, 임베디드 등 부문의 강세는 회사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관찰되는 추세이다.


 

 

한편 AMD는 경영상 판단에 의해 '필요한 최소한'의 현금을 항상 일정액 유보해두고 있음을 밝혔다. 유동성 확보 목표지는 약 10억 달러, 절대적으로 사수해야 하는 마지노선은 6억 달러이며 이 판단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유동성은 통제 가능한 선에서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는 셈.


 

 

또한 단기적으로 AMD 실적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가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가중평균법을 사용해 추적한 평균 금융비용(이자) 역시 총부채의 7.2% 수준으로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대내외적 여건과 '손실폭을 줄이는' 기조를 지속함으로써 2016 회계년도에는 드디어 흑자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다만 1분기의 매출 전망은 전년도 같은 분기 대비 14% 가량(오차범위 3%)의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총이익률은 직전 분기의 30%에서 32%로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


 

 

지난 한 해 동안 AMD가 이룬 성과 중 의미있는 것은 역사상 최다량의 콘솔(플레이스테이션 4, XBox One) SoC를 공급했다는 점과 VR 생태계에의 선도적인 진입, 그리고 드라이버 오버헤드를 격감시키기 위한 볼츠만 이니셔티브의 발의를 꼽을 수 있겠다. 이외에도 최초로 HBM을 탑재한 상용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R9 Fury / Nano 시리즈의 출시와 노트북에 탑재되는 APU의 세일즈가 소폭 개선된 점을 열거하고 있으나 그리 괄목한 만한 성과는 못 된다.


 

 

이렇듯 지난 한 해 이룬 성과를 뒤로 하고, AMD가 제시하는 그들의 2016년 사업계획의 중요한 부분들은 위와 같다. 게이밍과 VR 영역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 당면한 핵심이라 할 수 있겠으며, 한편으로는 데이터센터(서버) 시장에의 재진입을 노려 FirePro 그래픽카드 제품군과 새로운 서버용 CPU의 런칭을 연중 계획한 상태로, 이 모두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초석은 많은 이들로부터 첨예한 관심을 받고 있는 Zen 마이크로아키텍처의 성공적인 데뷔와 폴라리스 그래픽 제품군의 시장 조기 장악에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이 둘의 안착은 AMD의 클라이언트 컴퓨터 부문에도(데스크탑 CPU/APU 및 그래픽카드), 서버 부문에도(HPC용 그래픽카드와 Zen 기반 서버용 CPU) 대단히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놓여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보이는 것은 역시 EESC 부문으로, 사상 최대의 선적량을 기록한 작년의 기조를 기본적으로 계승하며 더욱 세미커스텀 SoC의 공급선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 수개월 전부터 닌텐도의 새로운 게임기 및 애플의 차세대 아이맥에 AMD의 세미커스텀 SoC가 탑재될 것이라는 소식이 지속적으로 들려온 바 있다. (링크1, 링크2)


 

 

7년 전 글로벌파운드리를 분사해내던 때에도 잔류했던, 마지막 반도체 패키징 공정을 도시바에 매각함으로써 AMD는 완전한 팹리스 회사로 변모하게 되었다. 외형상의 변화만큼이나 금년 출시될 CPU 및 GPU에의 FinFET 공정의 도입, 4세대 GCN 아키텍처를 사용할 폴라리스, 모듈 구조 대비 40% 이상의 IPC 향상을 공언한 Zen 등 AMD는 내부에서 이뤄야 할(이뤄야만 하는)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올 한 해를 휩쓸 것으로 예상되는 VR은, 이 시장을 어떻게 선점해 파이를 장악하는지에 따라 향후 12개월간의 그래픽카드 판매고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까지 분석되고 있어 변모하는 시장에의 기민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한 해라고 볼 수 있겠다. 보다 작고 가벼워진 AMD가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적응해 사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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