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XFX, 스위치 하나로 R9 380X로 언락 가능한 R9 380 출시
팬들에게는 환희를, AMD에게는 분노를 살 초유의 마케팅이 벌어졌다. 전통적으로 검정색을 트레이드마크로 삼던 XFX가 기존 라인업의 색깔을 빨갛게 칠한 '라데온 R9 380 크림슨 에디션'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글쓴이는 제품의 색상 두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빨강색이면 어떻고 파랑색이면 또 어떻겠는가. 정작 이 제품이 업계 관계자들을 기함하게 한 까닭은 전혀 엉뚱한 곳에 있다.
(출처 : Expreview)
오늘날 대부분의 퍼포먼스급 이상 그래픽카드는 듀얼 바이오스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오버클럭이 빈번하게 수행되는 가운데 불의의 사고로 바이오스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설정이 그래픽카드의 정상 작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일지라도, 제2의 바이오스로부터 '정상적인' 설정을 읽어들여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여분의 '정상 작동 보증' 바이오스를 예비해두고 있다는 사실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바이오스 트윅이나 팬속 조절 등 여러 대담한 시도를 가능케 하는 지렛대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러한 트윅은 매니아 계층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며, 하드웨어에 큰 애착을 가진 이들 매니아들 대다수는 그에 상응하는 고성능 하드웨어를 구입할 것이기에 퍼포먼스급 이상을 대상으로 듀얼 바이오스라는 특전을 제공하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XFX는 이러한 듀얼 바이오스 구조를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기상천외한 트윅에 써먹었으니 양 바이오스 내부에 서로 다른 그래픽카드의 프로파일을 심어 둔 것이다. 구체적으로 첫번째(기본) 바이오스에는 이 제품 그 자체의 바이오스, 즉 라데온 R9 380의 프로파일이 들어 있으나 두번째 바이오스에는 직속 상위 모델인 R9 380X의 그것을 넣어 둔 것이다. R9 380과 380X는 동일한 Tonga 칩셋을 사용하지만 전자는 일부분이 비활성화된 컷다운 버전을, 후자는 풀 칩을 사용했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기존의 유사한 전례를 바탕으로 많은 이들은 380과 380X의 Tonga 칩셋이 물리적으로 분화된 것이 아니라, 단지 소프트웨어적으로 차이를 두고 있으리라 추측해 왔고 마침내 XFX가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비유하자면 XFX는 일개 파트너사로서 '갑'인 AMD가 세운 질서의 전복을 기도한 것이다.
(출처 : Expreview)
이 제품의 사양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일단 공장 출고시를 기준으로 당신이 이 제품을 갓 구입해 최초로 메인보드에 끼워 부팅하면 보게 될 사양은 당연히 라데온 R9 380의 그것과 같다. 1792개의 스트림프로세서와 112개의 TMU, 32 ROP 및 256bit 메모리 인터페이스 등이 R9 380의 간략한 신상명세이다. 물론 기본 상태에서도 레퍼런스 R9 380보다는 소폭 오버클럭이 적용되어 GPU는 990MHz, 메모리는 5.7Gbps의 작동 속도를 갖는다.
그러나 당신이 '공짜 점심'을 먹기로 마음먹고 두번째 바이오스를 토글하는 순간 이 제품은 Tonga 칩셋의 풀 스펙을 적용받게 된다. 다시 말해 256개의 스트림프로세서와 16개의 TMU를 공짜로 더하게 된다는 뜻이다. 작동 속도 역시 소폭 상향되어 GPU 1040MHz, 메모리 5.8Gbps로 추가적인 오버클럭이 적용된다. AMD에게 불행 중 다행(그리고 팬들에게는 크나큰 불행)인 점이라면 XFX가 R9 380 크림슨 에디션을 전 세계에 런칭할 계획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이 제품은 오직 중화권 시장 한정으로 판매되며 북미 및 유럽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메이저 파트너사가 총대를 메 소프트웨어적 개조가 가능함을 증명한 이상, 수많은 R9 380 사용자들이 -어쩌면 R9 285 사용자들까지!- 그들의 그래픽카드에 R9 380X의 바이오스를 씌워보려 달려드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반란은 이미 시작되었다.
2. 인텔, 파트너사들의 반란을 제압하다 : 스카이레이크 BCLK 오버클럭 전면 통제
지난달 IYD의 글을 빠짐없이 읽어 온 독자라면, 혹은 적어도 해외발 하드웨어 뉴스에 촉각을 기울였던 이들이라면 슈퍼마이크로와 ASRock을 필두로 한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Non-K 스카이레이크 CPU의 오버클럭을 전면적으로 가능케 만들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심지어 ASRock은 스카이레이크 기반 제온 E3에까지 이 기능을 확대 적용함으로써, 그렇잖아도 서버칩셋 한정으로 사용 가능하게 바뀐 제온 E3의 좁아진 입지를 일거에 반전시킬 히든카드를 꺼내보인 바 있다.
▶ 참고 :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 스카이레이크 제온을 위한 메인보드> (링크)
(이렇게까지 대대적으로 선전했으나...)
이러한 움직임이 인텔의 역린을 거스른 것일까. 분명 '스카이레이크 BCLK 오버클럭' 열풍이 불던 초창기만 하더라도 주요 메인보드 제조사가 일제히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모습이 사용자들에게 다시 피드백되며 '적어도 인텔이 묵인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긍정적인 침묵이 아니었더라도 거대한 회사들이, 일제히,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새로운 BCLK 오버클럭 기능을 판촉하고 나서는 데 그게 설마 쉽게 엎어지겠냐는 '유사 대마불사론' 같은 논리도 보태진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지금, 진짜로 엎어져 버렸다. 대마불사론은 틀렸다. 정확히는 '말'인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불사'하기엔 인텔은 너무나 압도적으로 더 큰 대마였던 것이다.
(출처 : XFastest)
제일 먼저 변화가 감지된 것은 ASRock의 서버용 메인보드였다. 스카이레이크 제온 E3의 오버클럭을 가능케 하겠다며 기염을 토했던 E3V5 Pro Gaming/OC는 이름 마지막 두 글자를 떼어내며 새로 업데이트되는 바이오스부터 BCLK 오버클럭 기능을 영구히 제거해 버렸다. 인텔의 단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데스크탑 메인보드에까지 확대되었는데, Z170 칩셋이 아닌 다른 모든 칩셋으로부터 해당 기능을 제거하는 것이 두번째 변화였으며 최종적으로는 Z170 메인보드에까지 Non-K CPU의 BCLK 오버클럭을 막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초창기의 맹렬한 바람과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한 태세전환이 아닐 수 없다. 혹시나 헷갈릴 독자들을 위해 못박자면, 이 모든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소위 어른의 사정이 어떠했든, 사용자의 입장에서 '큰 회사'의 입김이 닿자마자 마파람에 게눈 감추기보다 빨리 태도를 고쳐먹은 메인보드 제조사의 행보는 비굴함 그 자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더불어 이번달을 비롯해 앞으로의 'PC 컴포넌트 & 빌드 가이드' 역시 제조사들의 행보 및 공식 입장과 무관하게 -단, 구버전 바이오스를 쓰는 것을 전제로- Non-K CPU의 오버클럭 견적을 지속적으로 추천 리스트에 올릴 것을 확인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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